- 저자
- 이미예
- 출판
- 팩토리나인
- 출판일
- 2022.09.16
- 저자
- 이미예
- 출판
- 팩토리나인
- 출판일
- 2022.09.16
저는 이 두 권을 합한 합판본을 읽었었는데요. 겨울에 가볍게 따뜻한 차 마시면서 읽기 좋은 책이더라고요. 겨울 감성의 따뜻함이 가득하달까요? 우리가 매일 꾸는 꿈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서 아주 작고 귀여운 판타지를 보여주는데요. 내용들이 엄청 따뜻해요. 나중에 편지 쓸 때 써주고 싶은 내용들이 많달까요?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은은하게 위로한다는 점이에요. 저는 대놓고 위로하려고 만들어진 책을 선물한다는 게 상대에게 부담이 될까 봐 걱정하는 쭈구리라서요. 아 이 친구가 내가 걱정한다는 점을 부담으로 느끼면 어떡하지? 이런 느낌이랄까요? 근데 이 책은 약간 책에 나온 인물들을 중심으로 바꿔서 은은하게 표현해줘서 좋았습니다.
제가 따뜻하다고 느낀 문장들을 몇 줄 옮겨보겠습니다.
(페이지는 합판본 기준입니다, 분리된 책에서도 찾으실 수 있도록 목차도 써놓겠습니다:)
예지몽-106p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닌걸요. 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는 게 좋아요. 그러다가 해안가에 도착하든 사막에 도착하든 그건 그때 가서 납득하겠죠.”
사실 이 부분만 딱 떼고 보면 그렇게 설레고 따뜻한 문장이 아닐 수 있는데, 내용에 들어가서 읽어보면 현재도 정신 못 차리면서 미래를 걱정하는 저에겐 좀 많이 위로가 되는 글이었어요. 왜 나는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져있을까? 하고 고민했거든요. 사실 흘러가는 삶에도 이것저것의 이벤트는 넘치는 데 뭘 그렇게 이루고 싶어서 안달복달하면서 살았을까 싶더라고요. 저는 연말에 이 책을 봤는데, 이번 해도 이렇게 보내야 하나 하면서 자괴감이 가득했던 저에겐 얼마나 따뜻한 문장이었는지 모르겠어요.
트라우마 환불 요청- 133p
“정말 싫은 기억이기만 할까요?”
손님들이 일제히 달러구트를 바라봤다. 또 무슨 얘기를 하나 어디 한 번 두고 보자는 표정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뭔가 부끄럽지만, 전 아직도 자격증 시험을 본다거나, 조금 열심히 준비한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에는 공부 하나도 안 하고 시험을 보는 꿈을 꿔요. 고등학교 졸업한 지가 6년 가까이 되어가는데, 몸은 어쩌면 그때를 기억하고 있나 봐요. 어쩌면 내 생각만큼 내가 잘 버티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주고 넘어가는 기간이 없어서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쉽더라고요. 잘 버텼다 끝! 이게 아니고 아 그때 내가 이런 상황이었고 이런 부담감이 가득했는데, 이렇게나 잘 버텨줬다고? 하고 충분히 칭찬하고 본인을 인정해주는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글 쓰기 귀찮은 걸 잘 버텨내고 이것마저 해낸 절 치즈케이크로 칭찬해 보겠습니다.
Yesterday와 벤젠고리 - 214p
“영감이란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
뭔지 모르겠지만 대개 우리는 천재란 의미를 마치 노력으로는 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것처럼 정의해 버리잖아요. 그래서 가끔은 너무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의욕을 잃어버리는 일이 있더라고요. 그런 친구들에게 꼭 선물하고 싶은 문장이더라고요. 나중에 편지에 써먹으려고 합니다 ㅎㅎ
와와 슬립랜드와 꿈 일기를 쓰는 남자- 362p
제가 살아가기에 너무나 제약이 많은 이 세상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다리 한쪽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두 다리를 아예 쓰지 않아도 더 큰 세상을 보는 범고래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바다에 빠지면 죽는 줄 알았는데, 그 아래에 더 큰 세상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참 다행이다 싶어요. 만약 내가 해안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굳이 바다에 뛰어들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본인의 제약을 가장 큰 장점으로 만든다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사실 단점은 뭔가 없어야 할 것 같은 사회에 살다 보니, 이런 내용을 보면 진부하지만 늘 따뜻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나중엔 단점을 고치려고 하기 보단 이걸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한 번 상상해보고 싶은 글이었어요. 이런 생각을 제가 이 책을 안 읽었으면 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의 제 최애 파트입니다.
책 선물점수:5점
5점인 가장 큰 이유는 솔직히 내 돈으로 사긴 아까운데 남의 돈으로 사주면 너무 잘 읽을 것 같은 책이라서요. 솔직히 책 평점으로 꼽으라면 5점이 나올 것 같지는 않은 책이지만, 선물점수는 최고라 생각되더라고요. 부담스럽지 않은 위로, 편하게 넘어가는 가독성 등을 고려하면 진짜 선물책으로는 무난무난한 최고의 선택지가 아닐까 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다양한 사건들을 가져와서 은은한 위로를 전해주기 때문에 친구의 걱정이 무엇인지 몰라도 선물하기에 좋은 책인 점도 5점을 준 이유중에 하나예요. 대충 무난하게 아무한테나 선물해도, 어떤 고민이나 걱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친구에게 선물해도 좋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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