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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모순]책 리뷰/ 방황하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by 박애주의자12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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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양귀자 소설의 힘을 보여준 베스트셀러 『모순』. 1998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132쇄를 찍으며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을,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는 양장본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스물다섯 살 미혼여성 안진진을 통해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들로 여러 인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장에서 내복을 팔고 있는 억척스런 어머니와 행방불명 상태로 떠돌다 가끔씩 귀가하는 아버지, 조폭의 보스가 인생의 꿈인 남동생을 가족으로 둔 안진진.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인 이모는 부유하지만 지루한 삶에 지쳐 있고, 가난한 어머니는 처리해야 할 불행들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안진진은 사뭇 다른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바라보며 모순투성이인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저자
양귀자
출판
쓰다
출판일
2013.04.01

저는 이 책이 처음 출판 될 때 태어났는데요. 사실 전화기나 인물들이 사용하는 어휘가 아니었다면, 어제 나온 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몰입이 잘 되었어요. 이걸 읽은 이유가 독서모임 반응이 진짜 좋았던 책이라고 다른 분들이 알려주셔서 너무 읽고 싶은 거예요. 심지어 E-book도 없어서 구매 욕구 2배가 되어서 안 살 수가 없었죠.  

 


 

제가 책에서 좋아했던 부분들 몇 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자아, 사랑 등과 관련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인데요. 제가 딱 이런 걸 고민할 나이라서 그런가 생각이 진짜 풍부했던 책이었어요. 

 

15p
솔직히 말해서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우울해하는 것은 내 인생에 양감이 없다는 것이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이 문장을 읽으면서 20대라는 나이가 양감이 있을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많이 했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조금은 우울해지더라고요. 전 잘못 산 인생보단 지루한 인생이 더 우울하게 느껴지거든요. 아무것도 못해보고,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못 느껴보고 가는 거잖아요. 물론 그렇다고 불행만 넘치는 삶을 살고 싶다 이건 아닙니다. 저는 어느 정도는 위태롭고 불안하더라도 아찔하게 살아보고 싶더라고요. 이 문장을 읽으면서 더 확고해졌답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내 삶에 내가 졸렬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뭔가 무섭고 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서툴게 이런 길을 따라만 온 것 같아요. 전 좀 불안을 더 택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원하는 인생의 양감은 이렇지 않았으면 하니까요. 

 

 

142p
철이 든다는 것은 말하자면 내가 지닌 가능성과 타인이 가진 가능성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에 다름 아닌 것이었다. 나 또한 내 어머니처럼 이종사촌들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도저히 대범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어머니와 달랐던 점은 이종사촌들에 대한 질투심을 감쪽같이 잘 숨기며 살아왔다는 것이었다. 그것마저 숨기지 못하고 여기저기 질질 흘리고 다녔다면, 만약 그랬다면 내 인생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는 완벽한 실패작이었을 것이다.

내 가능성을 내가 제단하는 것만큼 잔인한 일이 어디 있을까 싶더라고요. 주인공인 진진이가 저랑 딱 나이가 같아서 이 부분에서 더 생각이 복잡해졌던 것 같아요. 딱 이 나이대가 되면, 어렸을 때 혹시나 하고 가지고 있던 내 꿈이 진짜 멀리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열등감, 부러움, 질투가 범벅이 된 이 감정을 잘 숨기는 일이란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어딜 가든 저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 이래서 다들 본인을 사랑하라고 하나 봐요. 그래야 본인만의 매력이니 남과 비교하지 않을 거니까. 근데 그것마저도 자꾸 아 내 매력은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닌 거 같은데, 하면서 깎아내리더라고요. 어쩌면 너무 획일화된 기준만을 바라보고 살아와서 다른 기준은 측정 하는 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더라고요. 앞으론 좀 이것저것 들춰보면서 제 매력을 측정해 봐야겠어요. 그 후엔 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178p
그건 옳지 못한 거야, 라는 주리의 관용구. 주리는 바로 그 관용구 밑에 숨어서 더 이상은 세상 속으로 나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주리는 내 아버지를 킹콩으로 비유했던 그 어린 시절에서 한 발자국도 더 성장하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주리를 그만 이해하기로 했다. 탐험해봐야 할 수많은 인생의 비밀에 대해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하는 주리 같은 사람도 있는 것이었다. 그 또한 재미있는 인생의 비밀 중의 하나가 아니던가 말이다.

선민사상, 혹시나 내가 이걸 무기로 남에게 휘두르진 않았을까 걱정이 되는 내용이었어요. 사실 내가 옳다는 명분이 생겨버려서 남을 더 아프게 괴롭힐 수 있게 보이더라고요. 어렸을 때 제가 좀 싸움닭 같은 성격이라 옳은 말을 왜 못 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내 논리가 맞다면, 이런 게 정의롭다면 하고 엄마한테 쏘아붙였던 어린 시절의 제가 생각나네요. 근데 이젠 왜 그래선 안 되는 지를 너무 잘 알고 있거든요. 근데 주리는 뭐랄까 조금 신기하게 다가왔어요. 전 옳은 말을 하려면 어차피 미운살 박힌다고 생각하고 엄청 공격적으로 말했는데, 주리는 엄청 조용하고 잔잔하게 표현되더라고요. 어쩌면, 저런 말들은 내가 마음먹을 때만 나오는 게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거겠더라고요. 뭐 짧게 결론을 표현하자면 생각하며 말하기입니다...ㅎㅎ 

 

218p
사랑은 그 혹은 그녀에게 보다 나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의 발현으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 보다 ‘이랬으면 좋을 나’로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노력과 함께 사랑은 시작된다. 솔직함보다 더 사랑에 위험한 극약은 없다. 죽는 날까지 사랑이 지속된다면 죽는 날까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하며 살게 될 것이다.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나를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유혹을 극대화시키는 감정이다.

이 책에는 사랑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오는데요. 저는 사랑에 경험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걸 논하기가 조금 머쓱하더라고요. 이 부분에서 이 책의 이름이 진짜 훅 다가왔어요. 전 솔직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좋아요. 근데 너무 솔직해져서 설렘이 빨리 녹아버리더라고요. 그래서 설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 그 사이에서 지쳐버리더라고요. 왜 중간은 없는 걸까요. 그리고 저는 왜 당연한 거면서 환상을 바라고 있는 건지도 참... 이 책 이름이 처음으로 간절히 생각나던 구간이었습니다. 

 

 


책 선물점수: 4점 

책은 진짜 좋은데 선물 점수상으로 4점이란 겁니다.. 책은 진짜 좋은데, 갑자기 선물하기엔 묵직하고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라서 곤란하달까요. 하지만 방황하고 있거나 삶에 대한 행복 외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너무 좋은 책이에요. 불안, 걱정, 열등감, 회의감 등 저는 다뤘던 감정들이 정말 많았어요. 오랜만에 이게 문학이지! 할 정도로요. 책 전체적으로 흐름도 좋고, 몰입감도 꾸준히 가져갈 수 있는 책이라 읽는데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정말 작가의 말처럼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와 같이 해석이 다양할 것 같아요. 더불어 독서모임하기에도 너무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주변에 진로나 삶에 대해 고민이 가득한 친구에게 살포시 선물하기 좋은 책으로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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