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로 안 읽고 싶었던 제목
웬만하면 그렇지 않지만, 그냥 개인적인 판단으로 제목만 보고 읽기 싫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목이 너무 자신감이 넘쳐서 그랬습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건 좋지만,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책은 누군가를 상처 주는 말들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독서모임 책이기에 읽었죠... 의외로 제목 빼고는 모든 게 조심스러운 저자의 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어쩌면 스타트업을 도전하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위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더욱 좋았던 것 같아요.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실패를 마주하지 않도록 아이디어를 최소비용으로 실험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게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될 놈"을 미리 찾아내는 법은 시장에서 미리 확인해 보는 법이라고 말해줍니다. 근데 그 방법들이 꽤나 섬세하고, 실현가능하게 써져 있어서 보는 내내 나중에 스타트업 하는 친구가 있으면 꼭 이 책을 쥐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 내가 이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들
51p
물론 대부분의 기업은 자신들의 실패를 크게 떠들지 않는다. 기업들은 시체는 조용히 묻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조금만 파보면 아무리 성공한 기업이라도 구글 묘지나 마이크로소프트 영안실만큼의 실패목록이 나온다.
이 책의 본 내용은 아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뭔가 위로가 되지 않나요...? 물론 남의 실패로 위안을 얻는 건 성숙하지 못한 어른일 수도 있죠. 하지만 이런 큰 기업들도 실패를 마주하게 되는 데, 왜 나라고 실패를 마주해선 안되고 마주하면 능력 없는 것처럼 스스로를 깎아내리는지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실패를 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마주하게 된다고 해서 스스로를 갉아먹지는 말자라고 결심할 수 있고 위로받을 수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58p
대부분의 신제품이 실패하는 것은 설계나 개발, 마케팅이 허술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제품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품을 제대로 만들지만, ‘될 놈’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해당 제품의 개발을 정당화해 줄 만큼 충분히 많은 사람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제품이 아닌 것이다.
사실 이 책이 말하는 전제를 요약해 놓은 것 이라고 볼 수 있는 문장이에요. 근데 약간 모르겠지 않나요? 가끔 이게 팔려? 하는 제품이 팔리고, 이거 인기 있겠다 하는 제품이 망하는 너무나 어려운 시장의 세계... 저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물론 여기 책에서 말하는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도구들을 배우지만, 가끔은 직감을 믿고 싶은 게으른 마음이 자꾸 떠오릅니다.
117p
적어도 X퍼센트의 Y는 Z할 것이다.
125p
범위 축소의 목표는 구체적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가설의 범위를 좁혀 들어감으로써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가설을 얻는 것이다.
책의 모든 내용을 압축하면 이 두 줄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위에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말한 것이라면, 이건 책에서 알려주는 도구들이 어떤 것인가?를 말하는 내용인데요. 책에는 시장조사를 아주 쉽고 간편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나옵니다. 이러한 기법을 프리토타이핑기법이라고 하는데요. 책의 스포일러가 될 것 같기에 프리토타이핑들의 이름만 말해보자면 미캐니컬 터크, 피노키오, 가짜문, 외관, 유튜브, 하룻밤, 잠입자, 상표 바꾸기, 변형과 조합 등이 있습니다.
3. 아이디어를 가지고만 있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책
아이디어는 가지고 있을 때 가장 희망적이죠. 왜 예술가가 되고 싶은 상태에 머무르는 병처럼 말이죠. 마치 제 이야기 같네요... 하지만 잔인하게도 우리는 발전하기 위해서 헛된 희망을 깨고 성장해야 할 때도 있죠. 어쩌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들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친구들의 성장을 위해 선물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사실 헛된 희망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펀딩이 정말 많이 생각났어요. 펀딩이라는 게 소비자로 하여금 직접적인 투자를 하게 만들어 아이디어를 가장 빨리 확인받을 수 있는 정식적인 시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책에 나온 아이디어들이 실현도 시간도 비용도 훨씬 효율적이지만, 그다음으로 펀딩을 거치고 시장에 나가서 실현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주변에 아이디어를 마음속에 품고만 있는 친구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선물해 주시는 건 어떠신가요? 스타트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면 정말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는 책이더라고요.
- 저자
- 알베르토 사보이아
- 출판
- 인플루엔셜
- 출판일
- 2020.03.30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행복이란 무엇인가』책 리뷰 (0) | 2023.09.17 |
---|---|
켄 리우『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SF 문학 소설 리뷰 (0) | 2023.08.19 |
왜 사람은 입체적이고 모순적일까?/ 양귀자 [모순] 책 리뷰 (0) | 2023.04.30 |
[달러구트 꿈 백화점]책 리뷰/추운 겨울에 선물하기 좋은 따뜻한 책 (0) | 2023.01.05 |
[모순]책 리뷰/ 방황하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0) | 2022.12.31 |